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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보육 32개월 아기] 가정보육의 장점, 단점 - 육아에 쉼이 필요한 때, 새로움이 필요한 시간

엄마구름이 발행일 : 20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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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보육을 한지 32개월이 되었다. 언제 우리 아기가 이렇게 컸는지 벌써 32개월이 되었다. 50cm밖에 되지 않던 몸짓이 이젠 100cm가 다되어간다. 누워서 꼬물거리며 제 손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휘적거리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제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을 말로 표현하고, 한시도 쉬지않고 뛰어다닌다. 아이는 정말 빠르게 자란다.

 

가정보육을 하게 된 이유

가정보육을 하게 된 이유는 아기의 어린이집 부적응과 내 약한 마음 때문이었다. 정말 18소리 나온다는 18개월에 나는 어린이집 대기를 걸게 되었고, 두돌이 될 때즈음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라서 그런지 아이아빠의 코로나로 격리기간, 담임선생님의 코로나로 등원 보류, 같은 반 친구의 코로나 발병으로 격리 등 시기가 좋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 아이는 그 때까지도 젖을 떼지 못했으니 엄마와 떨어지는 건 아직 이르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다시 가정보육을 해야했다. 아니 그런데 왠걸, 18소리 나온다는 18개월이 지나니 육아가 할만 했다. 물론 매일이 할만한 건 아니었다. 분명 어린이집을 간절히 찾게 되는 날도 있었다. 그렇지만 말이 늘고 표현력이 늘고 생각이 자라고 있는 아이를 보자니 내 평생 한번뿐일 이 시기를 소중히하며 보내자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좀 더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하고 재미있게 놀아주고자 노력했다. 아이가 매일 밤 "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해주는 것이 행복했고, 아침에 일어나 뽀뽀로 나를 깨워주는 기쁨에 힘든줄도 몰랐다. 그렇게 버텨왔던 것 같다.

 

가정보육의 장점

가정보육을 하면서 좋은 점이 무엇이었느냐 하면 가장 먼저 '애착'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가 건강한 안정 애착을 형성하게 된 것도 가정보육 덕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우리 아이는 예민한 편이여서 가정보육을 길게 하지 않았다면, 어린이집에서 적응하는데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 뿐더러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는 먼저 친구를 보면 다가가고 궁금해하고 사람들에게 말도 걸고 인사도 한다. 기다려준 만큼 아이 마음도 안정되고 이제는 준비가 된 것이다.

 

또 가정보육을 하면서 아이와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나는 동영상을 많이 찍어두었는데 가끔 돌려보면 주책맞게 눈물이 난다. (그러면서 또 막상 오늘의 육아는 버겁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지나고 보면 이 시간도 그리운 시간이 되겠지.

 

가정보육의 단점

엄마가 체력이 좋아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양한 체험을 해줄 수 없고, 집콕, 맨날 유튜브만 시청하게 되는 것이다. 체력 안좋은 나같은 엄마는 정말 힘들다. 그래서 집에만 있는 날들도 많았는데, 이건 아직도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또 엄마의 감정컨트롤이 어렵다는 점도 가정보육의 단점같다. 가정보육은 엄마와 아이만 있다보니 엄마의 감정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중요하다. 아이에게 엄마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게 되니까 말이다. 엄마도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한데 24시간 케어하다보니 감정이 폭발하는 날이 가끔 생기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자책하고 후회하는 일이 반복되기도 한다.

 

32개월 아기, 이제는 어린이집으로

아이가 32개월이 되면서 나는 무기력증이 온 것 같았다. 아이는 여전히 사랑스럽고, 예쁘고 소중하지만 내 모습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은 빠르게 달려가고 있는데 나는 그 자리에 멈추어서있는 것 같다. 약간 우울증이 온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남편과 아이만 내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이와 남편을 내보내고서도 딱히 무언가를 하고싶지가 않았다. 코로나에 걸린 것도 한몫했다. 먹는것도 즐겁지가 않고 무엇을 보아도 재밌지가 않았다. 그냥 잠만 주구장창 자고 싶었다. 어디 여행을 가고 싶지도, 뭘 하고 싶지도 않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제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도 하면 나아지겠지 싶은 마음이랄까. 아무래도 쉼과 동시에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부쩍 "심심해"라는 말을 달고 사는 우리 아이를 생각하면 이제는 정말 어린이집에 가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나도 공부를 시작하고, 우리 딸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말이다.

 

요리도, 뭐도 특별하게 잘하는 것이 없는 내가 가정보육을 하면서 많이 좌절을 하기도 했지만, 그 때마다 쉽게 생각하려고 하면서 버텨왔던 것 같다. 내가 요리를 못하면 반찬을 사먹이면 되고, 잘하는게 없으면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주고 키즈카페에 데려가면 되고... 어디라도 가서 산책이라도 시키고 책이라도 읽어주자고. 그리고 32개월간의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갔다. 이 시간들이 바탕이 되어 앞으로 보낼 새로운 시간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기를. 이제는 우리 딸도, 나도 둘다 새로움이 필요한 시기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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