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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육아이야기] 감정형 엄마, 사고형 아기

엄마구름이 발행일 :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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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형 엄마는 괴로워

"엄마, 오늘 어린이집에서 낮잠 자기 싫어요"

 

38개월 된 딸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호소한다. 오늘부터 인수인계를 받아야해서 직장으로 11시까지 가야하는데... 나는 발을 동동 구른다.

 

"엄마! 낮잠 자는 것 무서워요. 제발요!"

 

아이는 나를 꼬옥 안고 울음을 터트린다. 속이 답답하다. 내가 왜 일을 시작한다고 했을까? 경제적으로 조금 모자르더라도, 우리 아이에게 나와 함께할 시간을 주었어야 했을까? 아니야, 싫은 일도 참고 하는 법을 배워야지. 나중에 초등학교 가서도 가기 싫다고 하면 안보낼거야?

내 속은 답답하기만 하다. 답답한 마음에 푹푹 나오는 한숨을 속으로 삼키며 아이에게 애매한 대답을 한다.

 

"가기 싫구나. 그래 네 맘 알아. 그래도 늦었으니 일단 갈까?"

 

"싫어요! 낮잠 싫다니까요 엄마!"

 

어린이집 가방을 열고서 안에 있는 달토끼 인형을 보고는 울음이 더 크게 터진 딸이다. 달토끼 인형은 낮잠 잘 때 안고 자라고 주는 애착인형이기 때문이다. 낮잠 자기 싫은 날에는 몰래 인형을 빼버리고 인형이 없어 못잔다고 귀여운 핑계를 대는 딸아이다.

 

울며 호소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동요하며 짧은 찰나의 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아이를 데리고 나가 차에 태웠다.

 

어린이집 앞에 도착하여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구름아, 엄마가 금방 올께. 만약에 엄마 일이 일찍 끝나면 낮잠 시간 전에 데리러 오구"

 

"정말요?"

 

"그래, 근데 엄마가 늦게 끝나면... 선생님께 자기 싫으면 책 조금만 조용히 보고 자겠다고 말해볼래?"

 

"네 그러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3살이지만 똑부러지는 우리 딸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담임선생님께 아이가 낮잠을 자기 싫어하면 조금 책읽을 시간을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원장선생님이 마침 다른 아이를 받고 계셔서 원장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등원을 시켰다. 그리하여 낮잠에 관한 사항을 전달하지 못해 마음이 좀 불편했다. 하지만 차라리 잘됐어, 진상엄마가 될 수도 있잖아? 라고 생각하며 직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가족의 MBTI들

 

하루에도 오락가락하는 내 마음은 양날의 검이었다. 남을 찌르기도 하고 나를 찌르기도 하고,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 양날의 검은 감정을 건드려서 감정의 기복이 심할 때도 많은 나다. 그렇기에 항상 차분함을 유지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는 우리 남편(조금은 AI같지만)의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나의 MBTI는 INFJ, 남편은 ESTJ이다.

우리 딸은 우리가 추측하건대, ISTJ 혹은 ISTP이다.

 

그래서 우리 딸은 나에 대한 애착이 강하긴 하지만 놀 때는 아빠와 놀고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아빠가 복잡한 것들을 하나씩 자세히 설명해줄 때면 눈이 반짝이는 우리 딸이다.

 

직장에서 일을 마치니 이미 낮잠시간이 훌쩍 넘어있었다.

 

어린이집에서 별다른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잘 잔 모양이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밀린 빨래와 설거지, 집안일들을 마치고 하원시간에 맞추어 아이를 데리러 나갔다. 어제 밤, 아이가 씨몽키(바다새우)를 키우고 싶다고 해서 쿠팡에서 로켓으로 주문해놓았다. 마침 집안일 하는 동안 온 씨몽키 택배를 들고 어린이집으로 나섰다.

 

아이가 하원하자마자 나를 보고 활짝 웃으며 내 손을 본다. 요녀석, 올해들어 처음 간 어린이집 적응을 위해 매일 하원할 때마다 간식이나 선물을 사왔더니 아주 습관이다. "오늘은 뭐 사왔어요?"라고 묻는 우리 딸래미.

 

씨몽키를 건네니! 와아! 하면서 입에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엄마! 새우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집에 가서 빨리 어항 꾸미고 키워보자!"

 

"엄마, 이거 새우 다 자라면 먹을 수 있어요?"

 

아이의 말에 벙찌고 말았다. 새우를 키워서 먹겠다니... 반려애완동물로 들인 것이 아니라 식량으로 들인것이더냐?

 

"이걸 키워서 먹게? 불쌍하지 않아?" 라고 했더니, 씨익 웃으며 안불쌍한데요 왜요? 라고 반문한다. 아 너는 ST였지. 나는 다시 딸아이 맞춤식으로 말한다. (*ST는 감각사고형이다)

 

"이건 너무 작아서 먹을게 없어. 먹는 새우가 아니야"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요, 하는 우리 딸. 제 아빠를 꼭 닮았다.

 

항상 어린이집 끝나고서는 간식을 찾기에, 사과칩을 주며 안먹냐고 했더니만, 괜찮단다. 어린이집에서 국물없는 국수를 많이 먹었다고 했다. 당근이랑 파가 들어있었다고 말하며 그래도 맛있어서 많이 먹어 배가 아직도 불러요! 라고 하는 우리 딸.

 

집에 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한참을 씨몽키 어항을 보며 놀던 우리 딸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7천원의 행복이 이거구나 싶다. 앞으로 더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어야지.

 

그리고 저녁 외식, 집으로 돌아오는 어두운 차 안에서 갑자기 아이가 나한테 말을 건다.

 

"엄마! 엄마는 왜 내 말 안들어줬어요?"

 

갑자기 무슨말인고 하니, "어린이집에서 낮잠자기 싫은데 재웠잖아요!"라고 말한다. 고녀석, 갑자기 억울했던 모양이었다. 원래의 나라면 "속상했어? 미안해"라고 말했겠지만, 역시나 우리 딸 맞춤식으로 말해준다.

 

"너~ 오늘 낮잠자서 맛있는 비빔국수 먹을 수 있었잖아. 그래도 좋았지?" 했더니 갑자기 풋하고 웃음이 터지며 함박웃음을 짓는 우리 딸, "맞아요 헤헤 맛있었떠요~"

 

우리 딸의 사랑스럽고 순수한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난다. 네가 나의 행복이다!

 

딸아이가 꾸민 씨몽키 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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