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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어린이집 옮기기 - 어린이집 중간 퇴소, 중간 입소를 결정했다.

엄마구름이 발행일 :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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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이 무서워요 엄마

며칠전부터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낮잠 자기 싫다고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일을 시작한 나에게는 참으로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여러가지로 회유를 해보았지만 아이는 싫다고 울기만 했다.

 

그래서 이유를 말해달라고 하니 또박또박 말했다.

 

"자고 일어나서 계속 깜깜한데 누워있는게 싫어요. 친구들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된대요"

 

가정어린이집에 다니는 우리 딸은 1-3시 낮잠시간이 너무 길었다. 우리 딸은 기껏해야 한시간 반을 자는 아이였고, 두시간을 채워 자는 다른 친구들이 일어날 때까지 30분에서 1시간을 그냥 누워만 있어야했다. 그냥 무던한 아이면 괜찮았겠지만, 우리 아이는 활동량이 많은 아이였고, 좋고 싫음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아이였다.

 

"선생님한테 책 읽어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누워있으라고 했어요. 제발 엄마가 말해주세요! 으아아앙"

 

이 말을 듣고 속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맘충, 예민맘, 극성맘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어린이집에 한번도 건의사항이나 내색을 한 적이 없던 나였지만, 그냥 아무것도 없이 모두들 자는 방에서 30분, 길게는 한시간을 누워만 있는 것은 아이에게 고문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어린 아이에게 30분, 1시간을 그냥 누워있으라니...

 

"괜찮아! 엄마가 말해줄게"

 

등원을 하면서 담임선생님께 말을 꺼냈다. 선생님, 낮잠을 조금 일찍 깨면 혹시... 하면서 운을 띄우자마자 선생님이 말한다. 

"아 어머니, 안그래도 구름이가 어제 낮잠 자고 일어나서 책을 읽어도 되냐고 물어봤는데요. 어두워서 그럴 상황이 되지 않아서요. 밤잠을 좀 줄여주시거나 조정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친정엄마, 시어머니, 주변 아는 어린이집 선생님, 원장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을 했다. 대부분 다른 어린이집에서는 일찍 일어난 아이들을 선생님 옆에서 조용히 그림을 그리게 해주거나, 바깥에 비치는 불빛 등을 이용해서 책을 읽게 해준다고 했다. 큰 어린이집에 다니는 친구들은 유희실에 따로 가서 놀기도 했다. 어쩌면 인력이 부족한 가정어린이집의 폐해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주변 대형어린이집 티오가 있는 곳을 찾아 전화를 돌렸다. 대부분 낮잠은 재우지만, 낮잠 시간이 가정어린이집보다는 짧았고, 보조교사나 윗반(5-7세) 아이들이 활동할 때 옆에서 있을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을 해주셨다. 한 원장님은 잠이 다 깼는데 눕혀놓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고, 그렇게 하면 안돼요! 그러면 안돼죠"라고 해주셔서 감사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나를 예민맘, 진상맘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해결을 위해 온가족이 의논하다

그래서 일단 어린이집 원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원장님은 자기는 지금까지 들으신 바가 없었다고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해결할 수 있다고 하셨다. 원장님이 간식준비를 위해 거실에 나와있을 때 우리 아이가 낮잠을 일찍 깨면 함께 나와서 놀이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셨다.

 

해결된 것 같았지만, 친정엄마, 시어머니, 남편의 입장은 달랐다. 어차피 내년이면 옮겨야할텐데 미리 대형어린이집으로 가도 되지 않을까? 원장님이 거실에서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 같다, 나중 되면 힘들어하시지 않을까? 이런 의견이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 아이가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가정어린이집 환경을 답답해하는 것 같다, 좀 더 성장하려면 큰 곳으로 옮겨도 되겠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결론은, 일단 원장님 말씀대로 현재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아이의 반응을 살펴보고, 일단 대형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가 상담을 받아보자였다.

 

조금은 예민맘이여도 괜찮아

요즘은 엄마의 정성과 사랑을 맘충, 예민맘, 진상맘이라고 매도하기에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기 힘든 시대인 것 같다. 전에는 그냥 넘어갈 일도 이제는 맘충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물론 진짜 심각한 일은 나도 공감하고, 예민한 엄마들이 있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그냥 넘어갈 일도 예민맘, 맘충으로 매도되는 부분도 없잖아 있다고 생각한다. 양면성이랄까?

 

어쨌든 애 키우기 힘든 나라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니 세계 최고 저출산국가가 된게 아닐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이를 키우기 힘든 환경, 경제력 등등 말이다. 

 

그렇지만 이번 일을 통해 느낀 것은, 우리 아이가 먼저라는 것이다. 나는 사실 어린이집에 불만 사항이 있어도 (거의 없긴 했다 만족하며 다녔음) 이야기 한적이 한번도 없었다. 결코 말이다. 왜냐면 나는 예민맘, 진상이 되는게 무섭기도 했었고, 말해봤자 우리 아이만 미움받고 변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반 친구들이 무던하고 좋은 아이들이었으며, (가끔 우리 아이를 때리는 반친구가 있기는 했지만... 상처가 나서 온적은 없기에...) 거의 10시에 등원해서 오전활동, 점심, 낮잠, 오후간식만 먹고 오는 루틴에 특별한 요구사항이 있을게 없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먼저다. 이번 일을 통해 깨달은 건 그거였다. 우리 아이가 왜 멍하니 30분을 누워있어야하는가? 다른 원에서는 먼저 일어난 아이들에게 자유놀이시간, 혹은 선생님 옆에서 책을 읽을 자유라도 준다. 난 솔직히 너무 가혹하다고 본다. 성인도 아무것도 없이 누워있으라고 하면 너무 힘들지 않은가? 그런데 시계도 못보고 시간개념도 없는 아이에게 친구들이 깰때까지 누워만 있으라고 하는 건... 아이에게는 너무도 큰 고통의 시간일 것 같았다.

 

새로운 어린이집에 상담을 가는데 내가 지혜로운 엄마가 되어 아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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